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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ity/생각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허락된 이유에 대하여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주어진 것 때문에 이 세상에 수많은 아픔이 들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자유의지가 없는 존재로 창조되었더라면 악이 이 세상에 들어오지도 못했을 것이고, 타락도 없었을 것이고, 고통과 슬픔도 없었을 것이다. 완벽하게 하나님이 창조하신대로 순조롭게 돌아가는 평화로운 세상만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인간에게서 선택권을 빼앗지 않으셨다. 그 선택이 하나님을 배반하는 것일지라도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지 않으셨다.

 

갈림길인간에게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다

 

왜 하나님은 인간이 모든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창조하셨을까? 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허락하셨을까? 이 의문은 아주 오랫동안 나를 괴롭게 했다. 그 자유의지 때문에 인간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수없이 많은 탈선을 저질렀다. 전쟁과 기근, 환경파괴 등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재앙들은 근본적으로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성경에 의하면 하나님은 전지전능(全知全能)하시다. 따라서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 무수한 악행을 저지를 것임을 아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것을 묵과하셨다. 어째서일까? 해결될 것 같지 않았던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이 어느 날 문득 떠올랐다. 기독교만이 유일한 종교로서 인정받던 중세 유럽 사회에서 그 힌트를 얻었다.

 

중세의 유럽에는 기독교 외의 다른 세계관을 무조건 배척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있었다. 나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기독교를 국교로 삼고 국민들에게 기독교인이 되기를 권장하는 것까지는 크게 거부감이 없다. 그러나 다른 모든 세계관을 강제로 억압함으로써 기독교를 유일한 선택지로 만들어버린 것은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사회 분위기는 표리부동하거나 무지한 사람들을 양산해내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의 사람들은 비록 표면상으로는 모두가 기독교인인 것처럼 보였을테지만 그들을 본질적인 의미에서 기독교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기독교를 선택한 것은 여러 선택지 중에서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억지로 강요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선택했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애당초 '선택'이라는 단어를 쓸 수조차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꼭두각시하나님은 꼭두각시의 찬양을 원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신 것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어떤 이들은 만약 하나님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지 않고 무조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 수밖에 없도록 창조했다면 모든 것이 완벽하고 좋았을 거라고 말한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원천적으로 탈선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간이 하나님을 섬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인간의 마음 속에서 진정한 사랑과 경외를 찾아볼 수 있을까? 선로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기차나 입력된 대로만 움직이는 로봇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니 여러 가지 유형의 댓글을 보게 되는데 소위 '영혼 없는' 댓글이 은근히 많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들렀다 갑니다~ 같은 댓글들은 호의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왠지 보고 있으면 힘이 빠진다. 이런 댓글들보다는 내 글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댓글이 훨씬 정겹게 느껴진다. 영혼 없는 선플보다는 진정성 있는 악플이 반가운 블로거의 심정이 어쩌면 하나님의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예전에는 전쟁이나 흉악한 범죄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하나님을 원망했었다. 하나님은 왜 수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허락하셨는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분의 선택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하나님은 악에 빠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을 힘써 행하는 사람, 이 세상이 주는 만족을 추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생명을 갈구하는 사람,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을 선택하는, 그런 사람을 기다리고 계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