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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ity

노방전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오늘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꽤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제 의견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바로 노방전도입니다. 사실 노방전도 자체는 매우 성경적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노방전도의 방법에 대한 것이죠. 우리나라에 교회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정말 다양한 방식의 노방전도들을 볼 수 있습니다. 기타를 메고 찬양을 부르면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는 분들도 있고,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고 쓰여진 커다란 깃발을 들고 다니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는 확성기에 대고 큰소리로 예수를 믿으라고 소리치기도 하고 사탕이 붙어 있는 교회 전단지를 나누어주기도 합니다.

 

노방전도명동 등지에서 볼 수 있는 매우 급진적인 형태의 노방전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앞에 나열한 방식의 노방전도에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 방식들을 반대하는 이유는 물론 성경적인 이유도 있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제 자신이 저런 노방전도의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저는 솔직히 신실한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독교를 적어도 머리로는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를 제 신앙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아주 많은 걸림돌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첫 번째이자 가장 강력했던 걸림돌이 다름아닌 노방전도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공원에서 확성기에 대고 아주 시끄럽게 예수를 믿으라고 외치던 아저씨나 불쑥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기도를 하자던 아주머니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안 좋게 이야기하시던 부모님을 보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기독교는 믿을만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노방전도하는 사람들은 수없이 보았지만 정작 그들이 믿는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앵무새같이 반복하는 예수를 믿으라는 말, 그러면 구원을 얻는다는 말 외에는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애당초 저는 왜 구원이 필요한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기독교의 신앙이 어떠한 것인지 제대로 알기도 전에 저는 '기독교는 논리나 체계 따위는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마음이 약한 사람들이 위로를 받으려고 믿는 종교'라고 결론짓게 되었습니다. 제가 기독교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은 제가 던지는 질문에 대해 그들 나름의 세계관으로 답변을 해주고 인간 마음의 본질에 대한 자세한 관찰과 설득력 있는 해결책을 이야기해준, 몇 명의 지적이고 인격이 있는 사람들 덕분이었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기독교는 무식하고 약한 사람들만 믿는 것이라는 제 첫인상이 깨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대화때로는 크고 시끄러운 외침보다 나직하고 진솔한 대화가 더 강하다

 

그렇게 믿음을 가지게 된 이후로 제가 노방전도자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은 원망이었습니다. "기독교는 본래 통찰력 있는 진리를 담고 있는 종교인데 저 사람들 때문에 나는 오랫동안 기독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구나!" 그저 미리 입력해놓은 음성파일처럼 같은 말만을 반복하고, 내가 제기하는 문제인식에 대해 애당초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 대화가 안 통하고 꽉 막힌 사람들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있어 노방전도자들은 값진 보석을 들고 다니지만 그 보석을 진흙 속에 넣고 다니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 가치 있는 것이었지만 그들은 어째서인지 그것을 매우 가치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노방전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불신자들로 하여금 귀를 더욱 틀어막게 하는 노방전도를 반대하는 것입니다. 저는 노방전도자들 때문에 기독교로부터 아주 많이 멀어졌다가 그분들과는 정반대인 분들과의 대화로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노방전도자들은 제게 영원한 생명을 전하고 싶었겠지만 실제로는 저를 절벽 끝으로 거의 밀어 떨어뜨릴 뻔 했습니다. 나중에 만난 지혜로운 분들이 아니었다면 저는 아직도 기독교를 무식하고 약한 사람들이나 믿는 것으로 여기며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게 그런 첫인상을 심어준 것이 바로 노방전도자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떻게 그들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항변할 때에 노방전도자들의 대표적인 변명은 성경에서 하나님이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사람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세상적으로 보면 우리가 하는 전도가 미련해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글쎄요. 기독교를 믿는 지금도 그 방식이 미련해 보이는 것은 제가 아직도 세상적인 사람이기 때문일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놓은 글이 있어서 링크합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전도의 미련한 것'에 대한 오해 http://www.kscoramdeo.com/news/articleView.html?idxno=5290


제 경험상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악마의 유혹을 받고 있거나 마음이 완악해서라기 보다는 저마다 머릿속에서 납득되지 않은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아무리 눈물로 간곡하게 부탁해도 그저 미친 사람 취급합니다. 미친 사람 취급 받으면서 전도하는 게 교회에서는 미덕으로 여겨지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전도 때문에 기독교에서 마음이 멀어져 버린 사람을 보시면서 하나님이 그걸 기뻐하실지 의문입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강권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무엇보다 제가 바로 그런 사람들 때문에 기독교가 어떤 것인지 잘 알지도 못했는데도 막연히 거부감을 가지는 바람에 오랫동안 비기독교인으로 살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도 열심히 하시는 분들 중에는 이걸 잘 이해 못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거부당하는 것을 오히려 상급이라고 여기고 계속 그런 방식으로 밀어붙이시는 분들을 아주 많이 보았으니까요.

 

사도 바울의 노방전도사도 바울의 노방전도

 

물론 성경에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멸시 받고 거절 당하는 것을 기뻐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복음의 메세지가 자기들의 악한 모습을 고발하고 정죄하는 것이 마음에 불편하고 꺼려졌기 때문에 크리스천을 박해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노방전도자가 박해를 받는 것은 기독교인들이 자기들이 하는 말을 스스로 지키지도 못하면서 남을 가르치려 하고, 논리도 없고 앞뒤 없이 똑같은 말만 계속해서 시끄럽게 하기 때문입니다. 또, 전도하는 사람들이 불신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믿음으로 가지 못하고 막혀있게 하는 걸림돌이 무엇인지 생각해서 해결해주지 않고 그냥 무턱대고 교회 오라고 하고 믿으라고만 하기 때문입니다. 지혜롭게 하지 않고 마음만 앞서는 경향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신자들과 더 소통이 끊어지고 거리가 생기고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상식과 이성이 안 통하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방전도를 하시는 분들의 그 열정과 용기는 참으로 귀합니다. 그러나 그 에너지를 잘못된 방법으로 휘둘러서 오히려 사람들을 진리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적인 노방전도라고 생각하는 폴 워셔 목사님의 페루, 리마에서의 노방전도 영상으로 글을 마칩니다. 목사님이 전도하실 때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이 우리나라의 노방전도에서의 반응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시면 느끼는 바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